입맛이 없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 매운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고추 등 매운음식을 오랜 기간 너무 많이 먹을 경우 인지능력과 기억력을 저하시킬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고추를 꾸준히 많이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2배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학 학술잡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실린 이번 연구는 카타르·호주·미국 공동 연구팀이 15년간 중국 건강 및 영양 조사에 참여한 55세 이상 중국인 45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결과 매일 50g의 고추를 먹은 사람은 기억력이 56% 감퇴한 것으로 조사됐다. 생으로 섭취했을 때나 건조해 먹었을 때 모두 같은 결과가 나왔다. 특히 상대적으로 마른 사람이 더 심한 인지 저하 정도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1997년과 2000년, 2004년, 2006년 최소 2회 이상 대상자들의 기억력을 시험했다. 단어 10개를 암기하게 한 뒤 숫자를 20부터 거꾸로 세고 암기한 단어를 기억해 내는 방식을 통해서다. 기억력 감퇴 체감도에 대해 설문조사도 병행했다.

연구팀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캡사이신이란 성분이 원인일 가능성을 지목했다. 캡사이신이 자극을 느끼는 신경세포를 비활성화시켜 기억할 때 생성되는 신경 자극 반응을 둔화시킨다는 것이다.

캡사이신은 이전 연구에서 비만과 고혈압, 조기 사망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뇌를 자극해 기분 좋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한편, 매운 고추는 그 매운 정도에 따라 음식에도 쓰이지만 군사용 무기의 소재로도 쓰일 만큼 강력한 맛을 갖고 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운 고추인 청양고추의 매운 정도(스코빌)가 4.000~12.000SHU이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인 캐롤라이너 리퍼(Carolina Reaper)는 청양고추의 무려 200배에 달하는 스코빌 지수 220만SHU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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