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서스와 윌포드, 그들이 몰랐던 사실


"“너의 반란은 기획된 것이야. 꼬리 칸 사람들의 74%를 죽이기 위해서는 너의 폭동이 필요했어. 열차의 생태계는 유지되어야 해. 이건 필요악이야"

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에게 열차의 절대권력자인 윌포드가 한 말이다. 커티스는 열차 내의 불합리한 계층과 열악한 꼬리칸의 상황에 불만을 품고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이 기획된 것이며 열차내 인구증가를 막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윌포드의 말은 "과잉 인구는 파국이며, 따라서 인구증가는 자연적으로 억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의 '인구론'과 그대로 닮아 있다.

급격한 인구증가가 지구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기본적인 생각은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 속 악당인 발렌타인도 갖고 있었다. 발렌타인은 '넘쳐나는 인구로 인해 지구가 망가지고 있다'고 여기고, 선택된 부유층을 제외한 모든 인류를 한 번에 말살하려는 계획을 수립한다.

마블 영화 '어벤져스'의 타노스도 여기서 빠지지 않는다. 인구를 감소시켜야 지구와 우주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타노스는 손가락 한 번 '딱' 튕겨 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날려 버리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러한 인구증가에 대한 다양한 우려와는 달리 2019년 대한민국의 현 주소는 오히려 인구 감소를 마주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9년 5월 인구동향'을 보면 출생아 수는 2만 5천 3백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9.6%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사망자 수는 2만 4천 7백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9% 증가했다. 5월 기준 사망자 수는 2013년부터 6년째 증가해 올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하반기 중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는 인구의 '자연감소'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출생아 수의 감소는 당연히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현상에서 기인한다.

멜서스가 언급한 기근과 질병, 전쟁과 천재지변, 혹은 윌포드의 '기획폭동' 등으로 억제되는 인구가 아니라, 양육비나 교육비 증가로 인한 출산률 저하로 감소하는 인구. 멜서스와 윌포드가 젼혀 예상 못했을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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