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이 피해 여성에게 정신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7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안지현 임상강사 연구팀은 18세 이상 국내 거주 여성 3,160명을 대면 조사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5년 인구총조사에 따라 전국 23개 지역에서 나이와 교육 수준, 직업, 결혼 소득에 따라 대표성을 갖춘 18세 이상 여성들을 선별한 뒤, 한 명씩 직접 만나 정신질환 진단도구(K-CIDI)를 활용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터뷰에 응한 여성 가운데 한 번이라도 배우자나 연인 등으로부터 물리적 폭력이나 성폭력 등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고백한 사람은 모두 47명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피해 여성과 非 피해 여성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을 분석해 상대적 발병 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폭력의 형태나 종류에 상관없이 정신장애로 분류된 대부분의 영역에 걸쳐 피해 여성의 상대적 발병 위험이 높았다. 물리적 폭력 피해 여성의 경우 여러 정신장애 중 하나라도 발병할 위험이 3.6배, 성폭력 피해 여성은 14.3배 까지 치솟았다.

정신장애 종류에 따라 상대 위험도가 높은 5개 질환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물리적 폭력 피해 여성은 광장공포증과 강박장애 위험이 非 피해 여성보다 8배 더 높았다.

성폭력 피해 여성의 경우에는 그 위험 정도가 더욱 컸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경우 평생 발병할 위험이 무려 32.4배에 달했고, 강박장애(27.8배)나 니코틴 의존증(22.4배), 광장공포증(19.6배) 등 非 피해 여성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삼성서울병원 정신의학과 홍진표 교수 연구팀은 "마음의 상처는 평생에 걸쳐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여성정신건강학보(Archive of Women's Mental Health)'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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