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약물을 장기간 사용한 적이 있을 경우, 이유 없이 쉽게 피로해지거나 기운이 빠지고 입맛이 없는 경우라면 부신기능저하증을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콩팥의 위쪽에 붙어있는 작은 기관인 ‘부신(adrenal gland)’은 ‘부신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여러 가지 물질들을 만들어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해주는 일을 한다. 
  
여러 부신 호르몬들이 우리 몸에서 각자 중요한 일들을 하는데 그 중 코르티솔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우리 몸의 간, 근육, 지방세포 등에 작용해 각종 스트레스에 대항하며 체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스트레스란, 정신적인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육체적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감염과 같은 전신적·화학적인 스트레스를 모두 일컫는다. 부신기능저하증으로 인해 코르티솔이 결핍되면 우리몸은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심혈관계, 대사계, 면역계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부신기능저하증의 초기 증상으로는 만성적인 피로, 전신 쇠약, 식욕 부전, 오심, 저혈당과 같은 증상들이 있으며, 결핍되어 있는 코르티솔을 적절히 보충해주지 않을 경우 각종 감염이나 면역질환에 취약하게 되어 생명 유지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다.

부신기능저하증은 결핵과 같은 감염 질환이나 뇌하수체 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흔한 원인은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 우리 몸이 코르티솔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진 경우다. 스테로이드 약물은 그 부작용이 알려지기 전에는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릴 정도로 널리 사용됐다. 지금도 관절 질환, 피부 질환, 알레르기 질환에 많이 쓰이며, 면역 질환 등 희귀질환 치료와 항암치료에도 함께 많이 쓰이고 있어 우리에게는 필수적인 약물이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덕현 교수는 "부적절한 사용을 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성분의 스테로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부신 질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후 사용해야 하고, 스테로이드 약물을 장기간 사용한 적이 있을 경우, 다른 이유 없이 쉽게 피로해지거나 기운이 빠지고 입맛이 없어지면 부신기능저하증을 한번쯤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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