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노출이 적은 북유럽 등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였던 다발성경화증이 최근 국내에서도 유병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그 증상 또한 심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발성경화증은 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뇌와 척수 신경에 염증이 발생해 감각이상, 어지럼증, 보행 장애, 배변 장애 심하면 몸까지 마비되는 희귀질환이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성민·국립암센터 김호진·전북대병원 신현준 교수팀은 국내 17개 대학병원 연구진과 함께 국내 다발성경화증 환자 266명의 뇌자기공명영상과 뇌척수액 검사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연구결과, 비교적 최근에 태어난 환자일수록 질병 초기부터 뇌염증의 정도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을 주기로 뇌 염증성 병변의 개수도 27%씩 늘어났다. 

젊은 환자일수록 뇌척수액 검사상의 전신 면역반응도 더 심했다. 1950년대 환자의 뇌척수액 검사를 통한 OCB와 IgG 지수는 각각 20%와 13%였지만, 1990년대 환자는 각각 54%와 75%로 증가했다.  

해외연구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 비만, 야간 근무, 도시화 등 환경 변화가 다발성경화증의 발병 위험이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는 햇볕에 피부가 노출되면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데 국내의 젊은 층은 이전 세대와 달리 장기간 실내 생활로 비타민D가 결핍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 섭취, 운동 부족으로 인한 소아 비만, 야간 근무 및 학업 등 환경적 위험 인자들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이 점이 국내 다발성경화증 양상의 변화와 일치한다. 

서울대병원 김성민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은 당뇨처럼 수십 년 관리하는 만성질환"이라고 설명하면서 “최근 젊은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의 증상은 과거 양상과 다른 경우가 많고 초기부터 심하거나 잦은 재발을 호소하기 때문에 고효능 약제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해당 분야의 국제 학술지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and Related Disorders)’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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