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 샤베르의 "해피 뉴이어"

“부모님은 늘 말했어요. 우수한 성적과 좋은 직업이 중요하다고. 행복한 거, 즐기는 거, 친구를 사귀는 게 중요하다는 말은 한 번도 해준 적이 없어요. 내 부모님은 행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내가 행복한 아이였는지, 나에게 행복한 날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요.”

소피 드 빌누아지가 쓴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에 등장하는, 외로움과 무력감에 지쳐 딱 두 달만 더 살고 크리스마스에 자살하기로 결심한 여자, 실비 사베르가 심리치료사에게 한 말이다. 

지난 주 한 유명 걸그룹 아이돌 가수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공중에 흩뿌려지는 물방울 마냥 익명으로 SNS에 뿌려지던 도 넘은 악플들은 그녀를 끊임 없이 괴롭혔고, 그렇게 그녀의 짦았던 26년 삶도 안타깝게 끝이 났다. 자살은 결코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다. 이는 오랫동안 누적된 타인의 강요이자 사회 경제적 구조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2만구의 시체를 검시한 일본의 한 법의학자는 자살의 9할은 타살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비단 대중의 비난 속에서 생명을 포기하는 연예인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청소년 역시 지난 4년간 55%나 증가했다. 이들의 자살 원인은 가정불화나 처지 비관 등으로 인한 우울감이었다. 노인 자살률 역시 고독과 빈곤을 이유로 OECD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 모든 자살의 배경에는 '행복하지 않아서'라는 이유가 깔려 있다. 

행복하지 않아서 크리스마스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했던 실비가 크리스마스를 지나고 "해피 뉴 이어"를 외칠 수 있었던 데에는 새로운 수많은 관계가 존재했다. 지하철에서 죽음에 직면한 노숙자가 그러했고 든든한 친구와 새로운 사랑이 실비에게 손을 내밀어 줬다. 새로운 관계는 '자살'을 '살자'로 바꿨다. 

생각이 다르다고 비난의 대상이 된 꽃다운 나이의 아이돌 가수에게도 격려와 위로의 관계가 뒷받침 되었다면 극단적 선택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절망의 터널을 지나는 오늘날의 수많은 실비 사베르들에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함께 "해피 뉴 이어"를 외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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