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능 시험을 본 조카를 격려하고자 금요일 저녁 아이를 집 근처 고깃집으로 불러냈다. 막판 시험 준비가 꽤 고단했는지 평소에도 마른 체형의 아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더 핼쑥해 보였다.

“시험 끝나서 홀가분하지?”

“다 끝나려면 아직 멀었어요. 논술이랑 면접도 준비해야 하구요.”

수능이 끝났어도 조카는 다른 일정을 챙기느라 여유가 없는 듯 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식사를 이어가다가 문득 조카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시험 다 마무리 되면 무엇이 가장 하고 싶니?”

조카는 잠시도 고민 하지 않고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으며 대답했다.

“아르바이트 해야죠.”

“응? 아르바이트?”

대답이었다. 초, 중, 고 12년 동안 대입시험만 보고 달려온 아이가 시험이 끝난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아르바이트라니. 연애나 여행, 문화 생활 같은 것들을 답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답변이었다.

“왜? 사고 싶은 게 많아? 지금 시기에는 돈 말고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해. 여행 어떠니? 해외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구석구석 둘러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나의 이야기에 조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작은 아빠, 저라고 여행가고 싶지 않겠어요? 근데 요새 대학등록금 장난 아닌 거 아시잖아요. 대학 졸업하자마자 빚쟁이고, 취업도 어려운데 학자금 대출 한 푼이라도 덜 받으려면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등록금에 보태야죠. 현실이 그래요.”

작은아버지의 철없는 조언에 수험생 조카는 현실을 담담히 말해주었다.

무엇이 열아홉 나이에도 자유와 낭만을 말할 수 없게 하는 걸까? 언제쯤 아이는 냉혹한 현실이 아닌 자신의 꿈과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교복을 벗기도 전에 철이 들어버린 조카의 미소에도 내 마음은 내내 씁쓸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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