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기리에 끝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주인공의 어머니는 아들 ‘용식’가 좋아하는 여자, 동백이가 맘에 들지 않는다. 동백이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라는 사실 때문. 이를 두고 용식의 어머니가 시장 통 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목소리를 높이다.

“다른 건 몰라도 혹은 없어야지, 혹은!”

하지만 이를 동백이의 아들이 뒤에서 모두 듣게 됐고 이 사실을 깨달은 용식의 어머니는 이렇게 한탄했다.

“내 요 입이 화구禍口지, 화구禍口여.”

口禍之門 구화지문. '입은 재앙을 불러 들이는 문’ 이라는 의미다.

말이 화근이 된 경험은 많이 겪어보았을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거나, 그러한 말을 옮기거나. 그런데 요새는 말도 말이지만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손가락’이다.

얼마 전 친구에게 보내야 할 SNS 메신저를 엉뚱한 대상에게 보낸 적이 있다. 딱히 상대방을 욕하거나 이간질 한 것은 아니지만 들어서 기분 좋을 것은 아니었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말이 전달되는 데에는 1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이후 미안하다, 당신에게 전할 말은 아니었다, 못들은 것으로 해달라 등, 구구절절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상황이 이어졌다. 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손가락 지)禍之門, 지화지문, 이젠 입보다 ‘손가락이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되는 일이 더 많은 듯 하다. 얼마 전 두 명의 유명 아이돌 여가수가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도 바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악플’ 때문이었다. 손가락으로 불러일으킬 재앙의 파급은 말보다 강력하다. 글을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글이 퍼져나가는 데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타인에게 미친 화가 결국 나에게 되돌아 온다면, 나는 또 어떻게 될까? 오늘도 다짐한다. 나의 입과 손가락이 재앙의 문이 되지 않도록 오늘도 근신*, 또 근신.

 

*근신(謹愼): 말이나 행동을 삼가고 조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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