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에게 처방된 항생제의 종류 수·사용기간·투여시기에 따라 비만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4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은 2008-2012년 영유아건강검진을 받은 31,733명을 관찰해 생후 24개월 이내 항생제 투여가 소아비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소아비만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물론 대사 증후군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유아기 비만인구 3명 중 1명은 성인이 된 후에도 비만 체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각별한 예방이 필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투여한 항생제 종류 수, 사용 기간, 최초 투여 나이가 소아비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투여한 항생제 종류가 많을수록 소아비만 위험이 높았다. 항생제를 5가지 계열 이상 사용한 경우, 1가지만 투여했을 때보다 비만 가능성이 약 42% 높았다.

또한 항생제를 투여한 기간이 길수록 소아비만 위험이 높았다. 180일 이상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 30일 이내로 항생제를 사용한 것보다 비만 위험이 40% 높았다.

최초 항생제 투여 시기도 중요했다. 생후 6개월 이내 처음 항생제를 처음 맞은 경우, 생후 18~24개월보다 비만 위험이 33% 높았다.

항생제 종류가 많을수록, 사용 기간이 길수록, 투여 시기가 빠를수록 예외 없이 비만 위험이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러한 원인을 장내미생물균총에서 찾는다. 장에 존재하는 장내미생물균총이 항생제로 인해 손상을 입어 비만을 유도하는 것.

이번 연구는 한국인 영유아를 대상으로 이뤄진 대규모 조사이다. 해외에서 항생제와 소아비만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가 몇몇 있었지만, 아시아계 소아를 표본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모유수유, 감염질환, 사회경제수준 등 분석에 교란을 줄 수 있는 변수를 제거해 정확하게 측정했다. 특히, 한국은 24개월 미만 영유아중 항생제 처방률이 약 99% 달한다. 항생제 처방이 많은 만큼 제대로 된 연구가 필요했다. 

박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3만 명 이상의 대규모 표본을 통해 항생제 사용과 소아비만의 연관성을 입증했다”며 “항생제 사용에 따른 득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방하고, 무분별한 처방은 지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비만과 대사 관련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대사: 임상과 실험(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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