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사측 "경영권 승계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 입장
노조 "괴상한 직무 만들어 퇴직 내몰아, 다음은 누가 타겟될까 공포"

대한민국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이 팀장을 팀원으로 강등시키는 등 사실상 퇴사를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160여명의 직원을 반강제적으로 희망퇴직을 내모는데 반발한 직원들은 최근 민주노총 소속 산별노조를 설립했다.
기존 백화점 판매 사원으로 이뤄진 노동조합의 한계를 벗어나 본사 일반 사무직 직원과 연구직 직원 등이 모두 포함된 조합으로 거듭난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지회장 김민환)는 11일 노조 출범 선언문을 발표하고 공식 출범했다.
아모레피시픽은 일반직(연구직 포함), 전임직, 전문직 3개 직종으로 구성됐으며 전체 직원은 4700여명이다. 일반직은 본사에서 근무하는 영업·마케팅을 지원하는 사무직 직원이다. 전임직은 백화점 판매 사원 및 공장 근로자, 전문직은 면세점 판매 직원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8월 조직개편 과정에서 기존 팀장들을 팀원으로 대거 강등시켜 퇴사하게 만든 바 있다. 당시 개인의 인사고과나 부서실적과는 무관하게 시니어 팀장들을 보직해임하면서 1970년대생 팀장들은 팀원으로 강등됐고, 팀원이었던 1980년대생은 팀장으로 교체되는 등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올해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RC(직원이 방문판매원을 직접 리쿠르팅)라는 직무를 만들어 160여명이 넘는 직원들을 반강제적인 희망퇴직으로 내몬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잡음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담당(1991년생)으로의 경영체제로 나가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 담당은 당시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AP팀에서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서 담당의 사내 영향력을 키워주기 위해 MZ세대 팀장들을 키워 서 담당의 경영 후계자 수업 밑거름으로 삼으려고 하는 오너기업의 의지와 한계였다는 지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서 담당은 7월 3일부터 최장 1년간 쓸 수 있는 휴가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를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사유'라고 알려졌을 뿐, 아모레퍼시픽 사측도 명확한 이유는 대지 못하고 있다.
서 담당은 2017년 평사원으로 아모레퍼시픽 SCM(공급망관리) SC제조기술팀에서 근무하다가 6개월만에 퇴사한 뒤 다시 2년 만인 2019년 10월 유닛(부문) 영업전략팀 과장으로 재입사해 최근까지 근무한 바 있어 이번 휴가도 승진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 담당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3월 기준)를 보유해 2대 주주에 해당한다. 최대 주주는 서경배 회장(53.78%)이다.
아모레퍼시픽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슨 연례행사처럼 괴상한 직무를 만들어 160명이 넘는 인원이 퇴직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다음은 면세, 백화점, 연구소 혹은 어느 조직이 타겟이 될지 공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엄청난 영업이익이 나던 시절에는 구성원과 이익을 나누는데 인색하더니 시장이 어렵고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선 힘없는 우리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며 “왜 헌신해왔던 직원이 수치를 견딜 수 없어 퇴사하게 만드느냐”고 꼬집었다.
이번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 노동조합 출범으로 일반사무직들과 연구소 연구원들도 노동조합에 대거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아모레퍼시픽은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작년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며 ”올해 뉴커머스 디비전의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일부 인력에 대한 직무 재배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민정 님은 현재 회사 규정에 의거해 1년간 의원 휴직 중”이라며 ”개인 사유에 대한 휴직으로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서 확인해드리기 어렵다. 현재까지 회사 경영권 승계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