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형 간염환자 수가 올 들어 9천6백여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형 간염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대한간학회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어, 우리나라 A형 간염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정부위 정책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한간학회 이영석 이사장은 “국내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의 약 77%를 차지하는 A형 간염은 최근 역학 추이를 볼 때 지속적인 증가와 확산이 우려된다”며 “A형 간염 예방을 위해 국가예방접종사업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전염병 통계에 따르면 A형 간염 환자 수는 2002년 317명에서 2006년 2,081명으로 4년 새 6.7배 급증했다. 이후 2007년 2,233명, 2008년 7,895명 등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총 9,613명의 A형 간염 환자가 발생했다.

A형 간염은 전염성이 높은 수인성 질병이다. 주로 개인위생 관리가 좋지 못한 환경에서 발생한다. 감염된 환자의 분변으로 배출된 바이러스에 접촉 또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전염된다. 평균 28일의 잠복기를 거치며 고열과 식욕부진, 황달 등의 증세를 일으킨다. 아직 치료제는 없으며 휴식과 고단백 식이요법, 증상이 심할 때는 입원 치료를 해야한다. A형 간염 항체의 유무는 혈액 검사로 알 수 있다.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권소영 교수는 “과거에는 대부분 항체를 보유해 크게 걱정이 없던 질병이지만, 위생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어릴 때 자연면역의 기회가 줄어든 현재 20~30대는 항체 보유율이 크게 떨어져 A형 간염 발생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강해연 교수팀이 2003~2009년 건강검진을 받은 1,0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9세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4.4%에 불과했다.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은 60세 이상이 96.1%로 가장 높았고 ▲50~59세 98.4% ▲40~49세 85.2% ▲30~39세 38.8% 순이었다.

고려대병원 소화기내과 연종은 교수는 “별다른 치료제가 없는 실정에서 A형 간염 백신 접종은 최선의 질병통제방법”이라며 “미국에서는 소아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적으로 실시한 결과 질병 발생이 현저히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 날 연자로 참석한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 권준욱 과장은 A형 간염 예방에 관한 정부의 정책 방향 및 검토 현황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행 전염병예방법에서 ‘지정전염병’으로 분류돼 있는 A형 간염을 발생 또는 유행 즉시 방역대책을 수립하는 ‘제1군 법정전염병’에 포함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A형 간염을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A형 간염 역학 현황 및 특성 연구와 백신 접종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 연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대표 발의해 검토 단계에 있는 ‘전염병예방법일부개정법률안’은 보건소를 통하여 정기예방접종을 실시하여야 할 질병에 A형 간염을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편, 대한간학회는 대한의사협회 급성A형간염대책위원회와 상호 공조해 A형 간염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중에 있다.
저작권자 © 데이터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