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겪을 정도로 심한 건망증을 호소하는 젊은 성인들이 많이 있다. 여러 업무를 지시받았을 때 꼭 한두 가지는 빼먹고 여러 차례 지적을 받은 사항도 반복해서 실수한다. 대개는 일을 미리미리 처리하기보다는 조금 미루었다가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일도 집중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붙잡는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인 ‘ADHD’는 아동·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ADHD 환자들의 상당수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성인기에는 아동기 때 나타나는 과잉행동 증상이 비교적 완화되는 반면, 부주의 문제가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부주의 증상 외에도 계획적이지 못한 충동적인 소비성향, 감정조절 어려움, 잦은 분노 폭발, 자해, 음주 문제 등도 성인 ADHD에서 흔한 증상이다. 

요즘은 ADHD가 널리 알려져 어려서부터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의 30대 이상 성인들은 아동기 시절에 ADHD 진단이나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부주의 징후가 주로 있는 ‘조용한 ADHD’ 환자의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본인의 질환을 모를 수 있다. 

ADHD 환자라고 해서 꼭 지능이 낮은 것은 아니다. 지능은 굉장히 우수한데 주의력 결핍으로 인해 기능상의 어려움을 겪거나 본인이 가진 인지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지원 교수는 "성인 ADHD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면서 부주의 증상뿐만 아니라, 우울증이나 감정 기복, 수면 문제, 충동 조절 어려움도 같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삶에 대한 의욕도 향상된다"고 설명하면서 "노년기에 접어들지 않았는데도 심한 건망증을 앓고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꼭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데이터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