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 새 다이어리를 산다. 달력에 중요한 연중 행사를 기록하고 맨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 올 한해 달성할 목표를 기록한다.

‘목표 점수 달성, 승진, 합격, 운동, 금연, 어학, 독서, 다이어트…’

종류도, 분야도 다양하다.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채운 목표들은 한 두 달 지나면 기억 속에서 점차 흐릿해진다. 어쩌다 적어놓은 것을 펼쳐 보기라도 할 때면, 원래 이루어 낼 수 없는 것이 목표라며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한다.

나는 왜 매해 이루어 내지도 못하는 목표를 세우며 더 힘을 내어라, 열정적으로 살아라 다그치는 것일까? 목표를 달성해야 행복한 것이고,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일까? 어쩌면 나는 이미 너무도 뜨겁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기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올 한 해는 목표 없이 그렇게 대충 살아보고 싶다. 좀 더 여유롭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많이 생각해 보고, 나를 위한 여가 시간도 늘려야겠다. 목표를 세우고 이루어 내야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리라. 어느 한 해도 목표를 달성해본 적이 없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훨씬 성장하지 않았는가? 사회 초년생 시절보다는 성숙해 있고, 조금은 여유롭게 상대방을 바라볼 줄 알며, 업무 처리 능력도 늘고, 청소도 더 잘한다.

성철 스님은 “자기 자신은 순금덩어리다. 내 안에 이 세계를 보지 못하고 밖에서 찾으려 하는 건 마치 황금으로 된 집안에 있으면서 돈이 없다고 하는 것과 같다. 자기 속이 금광이요, 자기 자신이 보물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만 눈을 뜨면 영원토록 무한하게 쓸 수 있는 보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누구는 말할지도 모른다. 목표 없이 인생을 살면 도태된다고.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올 한 해는 나와 내 시간에 좀 더 집중 하겠노라고. 누가 알겠는가? 2019년에 내 안에 감추어진 순금 덩어리를 발견하게 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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