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 소리를 지르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를 장기 추적한 결과 10명 중 7명은 파킨슨, 치매 등 신경퇴행질환이 나타났다는 연구가 뇌과학 분야 국제적 학술지인 ‘브레인(Brain)’ 최근호에 게재됐다. 

주로 북미, 유럽의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이번 연구에 아시아에서는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가 유일하게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몸은 자고 있으나 뇌는 깨어있는 상태인 렘수면 일 때 대부분 꿈을 꾸는데 이 때는 근육이 이완되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근육이 마비되지 않고 긴장돼 꿈 속 행동을 그대로 재현하게 된다. 그 때문에 외상이 빈번하다. 

전체인구에서 유병률은 약 0.38~0.5%이고 우리나라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2.01%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수면다원검사로 확진된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 1,280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6.3세였고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4.6년, 최장 19년이었다.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는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와 다계통위축증 등 신경퇴행질환의 전단계로 여겨진다. 

연구 결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연간 약 6.3%, 12년 후에는 무려 73.5%가 신경퇴행질환으로 이행됐다. 신경퇴행질환 위험요인으로는 운동 검사 이상, 후각이상, 경도인지장애, 발기장애, 운동 증상, 도파민운반체 영상 이상, 색각이상, 변비, 렘수면무긴장증 소실, 나이 등이 있다. 

신경퇴행질환처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역시 완치할 수 있는 약제가 없어 조기진단으로 더 쉽게 치료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경퇴행질환으로 발병될 위험이 큰 환자를 미리 예측해 신경보호를 위한 치료를 한다면 환자 삶의 질이 훨씬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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