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세이 87호] 희뿌연 희망
[행복에세이 87호] 희뿌연 희망
  • 장진숙 기자
  • 승인 2019.03.28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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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뿌연 희망

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등교시키는 길, 멀찍이 보이는 학교가 흐릿하다. 스마트폰 앱을확인해보니 미세먼지 ‘최악’. 아차 싶었다. 미세먼지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감싼 여러 아이들 사이로 입을 열고 마냥 싱글벙글하는우리 집 두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얘들아. 오늘 미세먼지가 최악이래. 마스크 안 썼으니까 뛰지마. 숨 깊게 쉬면 안 된단 말이야.”

아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촐랑대며 깔깔거린다. 한번 흥이 붙으면 절제가 어려운 남자아이들이라 준비성이 부족한 나를 탓하며 등굣길을 서둘렀다.

학교로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출근 길을 재촉하는데 개나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봄이 오는 걸 어찌 아는지 벌써 가지마다 노란 손을 내었다. 일찍부터 서두른 탓에 정신이 없었는데 꽃을 보니 조금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개나리의 모습이 예년과는 달라 보였다. 그 어떤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없던 선명함은 온데간데 없고 희뿌연 유리창에 둘러 싸인 듯, 탁하다.

‘아, 오늘 최악이랬지.’

연일 계속된 미세먼지 ‘최악’ 예보가 다시 머릿속을 스쳤다.

개나리 꽃말은 '희망'. 봄을 대표하는 꽃답게 꽃말도 싱그럽다. 한겨울 매서운 한파는 커다란 시련이었겠으나 여려만 보이는 개나리는 포기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시련을 이기고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세상에 나온 개나리를 통해 우리는 과연희망을 볼 수 있을까? 어릴 적 내가 보았던 파랗고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샛노란 개나리를아이들에게 언제쯤 마음껏 보여줄 수 있을까? 오늘은 희뿌연 미세먼지 속에 갇혀있는 개나리를 볼 수 밖에 없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희망은 희미해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표1]

1. 성인남녀 10명 중 8명은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표2]

2.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가구 내 공기청정기 사용률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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