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세이 88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어떠랴
[행복에세이 88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어떠랴
  • 송인성 기자
  • 승인 2019.04.2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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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어떠랴

강원 고성과 속초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하룻밤 사이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곳곳마다 잿더미 그 자체다. 이 불로 여의도 크기에 맞먹는 산림은 물론이고 많은 주택과 자동차가 소실되었고 심지어 사망자도 발생했다. 

화재 뉴스는 나라 밖에서도 들려왔다.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800년을 견뎌온 프랑스의 자존심,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도 대화재가 발생했다. 

강원도의 경우 봄철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겹친 결과지만, 지난 2004년에 발생한 속초·강릉의 대형산불이나, 낙산사 화재로 우리에게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2005년 양양 산불을 돌이켜 보면 산불의 위험인자를 제거하는 노력에 있어서는 여전히 후회가 앞서는 부분이 없지 않다.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에 장신(莊辛)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그는 초 양왕(襄王)에게 간신을 멀리할 것과 왕 스스로도 사치스런 생활을 접고 국사에 전념할 것을 간언했다.  그러나 양왕은 오히려 욕설을 퍼붓고 그가 불충하다며 꾸짖었다. 이에 실망한 장신이 초나라를 떠나 조나라로 잠시 떠나 있던 사이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략하는 일이 발생해 양왕이 망명까지 하게 되었다.

결국 장신의 말이 옳았음을 깨달은 왕이 다시 장신을 불러 사과한 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장신은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고 대답했다. 양왕은 이 후 패잔병을 모아 진나라가 점령한 장강 연안의 15개 군현을 되찾았다.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 이미 사고가 난 뒤지만 원인을 파악하고 다시 대비하면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는다는 이 말은 영어에도 같은 말이 있다. ‘Mend the barn after the horse is stolen’ 즉, 말을 도둑맞으면 외양간을 고쳐라라는 속담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표현이 있다. 물론 우리는 이미 늦어버린 대비를 뜻하는 의미로 이 속담을 쓴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어떠랴. 늦었지만 외양간을 고치면 다음 소는 더이상 잃지 않을 것이다. 후회하고 책임공방만 하다 보면 어리석게도 같은 실수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소를 잃었지만 반드시 외양간을 고치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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