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맥주의 마케팅 공세에 잔뜩 움추려 있던 국산 맥주가 올 들어 모처럼 활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맥주 수입액은 7279만 달러(약 85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가량 감소했다. 2분기도 6월 현재까지 수입이 둔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맥주는 국내 주류시장 점유율 45.6%(2017년 기준)를 차지할 만큼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류다. 더군다나 수입맥주는 다양한 맛과 4캔에 1만원 등 파격적인 가격을 무기로 국내 맥주시장을 공략, 지난해에는 점유율 18%를 차지했다.

그간 수입맥주의 성장세에는 수입 맥주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과세 체계가 있었다. 기존 종가세 체계에서는 국산 맥주의 경우 생산비에 유통비·판매관리비·마케팅비 등까지 포함해 세금을 내야 한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에만 세금이 매겨져 국산 맥주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현행법상 리터당 국산 맥주의 과세표준은 1189.24원, 제세금 총합은 1343.00원으로 같은 양의 수입 맥주 과세표준(1061.84원)이나 제세금 합계(1199.44원)보다 높다.

그러나 6월 초 정부가 맥주 과세 체계를 종량세(양·도수에 비례한 과세)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혀, 국내 맥주 업체들의 납부세액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만큼 세금 부담을 덜게 된 업체들의 품질 경쟁이 가능해 진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올해 국내 맥주업계의 선전에는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그 선봉에 있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테라는 출시된 지 한 달여 만인 4월 말 누적 105만 상자(3193만병, 병당 330㎖ 기준)가 팔리면서 국산 맥주 브랜드 중 최단 시간 100만 상자 판매 돌파 기록을 세웠다.

또한 중소 규모의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수제 맥주도 한 몫 하고 있다. 이들은 라거나 에일맥주를 직접 만들어 특유의 맛으로 승부를 걸고 있으며, SNS를 통한 젊은 소비층 공략이 효과를 얻고 있다.

하지만 가격과 맛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국산 맥주들의 미래가 마냥 밝진 않아 보인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을 위주로 한 수입맥주의 4캔에 1만원 마케팅이 종량세 전환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여 국산 맥주들의 가격경쟁력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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