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라는 씨앗
'말'이라는 씨앗
  • 송인성 기자
  • 승인 2019.06.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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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세이 90호

 

'말'이라는 씨앗

얼마 전 우리나라 U-20 축구대표팀이 아르헨티나, 일본, 에콰도르 등 강호를 차례로 물리치고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 발 한 발 결승을 향해 내딛던 모든 경기에서 국민들은 특히 축구천재로 불리우던 이강인 선수의 플레이에 감탄했고, 삼삼오오 맥주를 기울이며 함께 응원하는 사람들의 화젯거리도 단연 '이강인'이었다.

에콰도르와의 4강전을 승리로 마친 뒤 이강인은 "여기까지 오는 데 감독님이 정말 선수들에게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정정용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 소문난 덕장이다. 그는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선수들을 윽박지르고, 성적에 대한 압박을 주기보다 매 경기마다 칭찬과 격려로 선수들과 함께 했다.

좋은 격려의 말이 주는 힘은 무궁무진하다. 39세의 젊은 나이에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장애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다녔었다. 그가 아내 엘레나에게 장애가 있는데도 사랑하느냐고 물었을 때 엘레나는 "아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해요? 내가 지금까지 당신의 두 다리만을 사랑한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녀의 재치있는 이 말에 루스벨트는 큰 용기를 얻어 장애를 극복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암 등의 질병을 겪는 사람들에게 칭찬과 격려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암을 극복한 이들들에게도 꼭 필요하다.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 암 생존자가 가장 듣기 불편해 하는 말로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암이 별거 아니죠”가 1위(59.6%)를 차지했다. 무심코 던진 말이 때론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심지어 암 생존자의 70%는 직장에서 암 생존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극도의 고통을 수반하며 암을 극복한 생존자들이 사회에서 또 다른 편견이나 차별에 의해 심리적 고통을 앓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들은 동료의 응원과 배려가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설문 조사에서는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라는 말이 1위였다. 존재감 자체를 인정해 주는 말이 암 생존자들에겐 가장 큰 힘이요 격려가 된다.

이해인 수녀는 '말을 위한 기도'라는 시에서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 모른다고 생각하면 괜히 두렵습니다'라고 했다. 병과 장애, 그리고 차별의 시선을 이기고 나왔을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배려와 칭찬의 씨를 뿌려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래 본다. 좋은 씨가 좋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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